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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맘의 자책감, 수용전념치료(ACT)로 다독이기

by 꿀지스 2025. 5. 30.

아이를 키우는 일은 기쁨과 동시에 큰 부담을 수반합니다. 육아 과정에서 생기는 수많은 감정 중에서도 특히 자책감은 많은 엄마들이 공통적으로 겪는 정서입니다. “내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아이에게 상처를 준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마음을 짓누르고, 점점 자기 자신을 몰아붙이게 됩니다. 이런 반복적인 자책은 우울감과 무기력으로 이어지기 쉬우며, 장기적으로는 정서적 탈진까지 초래할 수 있습니다. 이때 도움이 되는 접근이 바로 수용전념치료(ACT, Acceptance and Commitment Therapy)입니다. 이 글에서는 ACT의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자책에 빠진 육아맘들이 스스로를 다독이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안내합니다.

 

 

감정의 억제가 아닌 수용: 불편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육아 중 자책감을 느끼는 순간, 우리는 종종 그 감정을 억누르려 합니다. “나는 강해야 해”, “이런 생각 하면 안 돼”라고 자신을 타이르면서 더 큰 긴장과 압박을 자초하곤 합니다. ACT는 이런 억압이 아니라, 감정 그 자체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용(Acceptance)을 강조합니다. 자책감이라는 감정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대하는 방식이 삶의 질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입니다.

ACT에서는 자책감을 느낄 때 “내가 지금 이런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인식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이고, 그것을 분석하거나 없애려 하지 않고, 단순히 ‘느끼고 있는 상태’를 관찰합니다. 이 과정에서 감정은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게 되며, 나와 감정 사이에 ‘거리’를 둘 수 있게 됩니다. 이 심리적 거리감은 자책이라는 생각에 휘둘리지 않고, 현실의 육아 상황에 더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자기와의 거리두기: 나 = 감정이 아니다

많은 육아맘들은 “나는 실패한 엄마야”, “나는 자격이 없어”라는 생각에 사로잡힙니다. 이때 ACT는 ‘인지적 탈융합(Cognitive Defusion)’이라는 개념을 통해, 생각과 자신을 분리하는 훈련을 제공합니다. 핵심은 생각이 ‘사실’이 아니라 단지 하나의 ‘정신적 사건’이라는 점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아이에게 소리를 질렀어, 정말 나쁜 엄마야”라는 생각이 들 때, ACT에서는 이렇게 접근합니다. “나는 지금 ‘나쁜 엄마’라는 생각을 하고 있구나.”라고 말해보는 것입니다. 이 한 문장의 차이가 감정과 자아의 동일시를 끊어주는 역할을 합니다. 생각은 자연스럽게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구름처럼 흘러가는 것이며, 그 생각이 곧 나의 진짜 모습은 아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핵심입니다. 이런 훈련이 반복되면, 자책감이 들 때마다 ‘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감정을 지켜보는 존재로서 자신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나의 가치를 기억하고 전념하기: 완벽보다 중요한 방향성

ACT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바로 가치(Value)입니다.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 ‘내가 진짜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통해 자기 삶의 방향성을 정립하고, 그 가치에 전념(Commitment)하는 행동을 선택하는 것이 치료의 중심입니다.

육아는 수많은 변수와 실패를 동반하지만, 그런 실수 속에서도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 예를 들어 “아이를 존중하는 태도”, “따뜻한 눈빛으로 대하기”, “실수 후에도 관계를 회복하려는 노력” 등은 일관되게 유지될 수 있습니다. 자책보다는 “지금 이 순간,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행동은 무엇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면, 감정의 파도에 휘둘리지 않고 보다 명확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ACT는 이런 가치를 기준으로 삶을 조율하는 방법을 제시하며, 현실적인 실천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결론

육아 속 자책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지만, 그 감정에 휘둘릴 필요는 없습니다. 수용전념치료(ACT)는 자책을 없애려 하기보다, 그 감정을 받아들이고 자기 삶의 가치를 중심으로 선택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억누르지 말고 느끼고, 생각에 휘둘리지 말고 바라보며, 완벽보다 방향에 집중해보세요. 오늘 하루, 스스로를 다정하게 바라보며 “나는 지금 충분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해보는 것. 그것이 자기 자비의 시작이고, ACT가 제안하는 치유의 첫걸음입니다.